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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이 치열한 기세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1차전에서 흥국생명이 정관장을 3-0으로 꺾으며 통합 우승의 주도권을 잡은 가운데, 2차전을 앞둔 양 팀의 분위기는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정규리그 1위의 여유와 1차전 완승의 기세를 등에 업은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침착하게 준비되었다"며 여유를 보인 반면,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배수진을 쳤다"고 밝혔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2차전을 앞둔 두 감독의 심리전과 전략, 그리고 승부를 좌우할 핵심 요소들을 집중 분석한다.
1. 아본단자 감독 “선수들이 나를 침착하게 만든다” – 리더십의 변화
흥국생명의 사령탑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이번이 V리그 세 번째 시즌이다. 첫 시즌엔 도로공사에 2승 후 3연패로 우승을 놓쳤고, 두 번째 시즌엔 현대건설에 3전 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세 번째 시즌은 완전히 다르다. 팀 구성과 분위기, 선수단의 완성도에서 모두 변화가 있었다.
“1차전을 앞두고도 긴장은 있었지만, 지금은 훨씬 침착하다. 팀이 잘 준비되면 나도 차분해진다.”
이처럼 아본단자 감독은 ‘차분함’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이는 곧 흥국생명의 현재 전력을 자신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1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전 포지션에서의 고른 활약과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된 결과였다.
■ 흥국생명 침착함의 원천
- 시스템적 배구로의 전환: 특정 선수 의존도를 낮추고 팀 전체 운영에 중점
- 포지션별 기량 평준화: 김연경, 투트쿠, 정윤주, 피치 등 다득점 라인 완성
- 심리적 안정: 과거 실패 경험을 학습으로 바꾸며 자신감 상승
아본단자 감독은 1차전 전략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겼을 때는 바꿀 필요 없다. 지게 되면 그때 변화하면 된다”는 말에서 그의 여유와 냉철한 경기 운용 능력이 엿보인다.
2. 고희진 감독 “2차전은 단판 결승처럼”… 배수진으로 맞서는 정관장
반면 정관장 고희진 감독의 말에서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그는 선수단 미팅에서 “2차전을 단판 결승처럼 생각하자”고 강조했으며, 실제로도 이번 경기를 놓치면 시리즈를 뒤집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부상 선수가 많아 2년 전 도로공사처럼 리버스 스윕은 쉽지 않다.”
이 발언은 단순한 각오가 아니라 현실적인 판단이다. 정관장은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을 상대로 풀세트를 치르며 체력을 소진했고, 1차전에서도 주요 자원들의 체력 저하와 리시브 불안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 정관장의 위기와 반전 가능성
- 노란 선수 복귀: 주전 리베로 노란이 허리 통증을 안고도 진통제 투혼 예고
- 심리적 반등 모멘텀: 노란의 출전은 선수단 전체의 사기 상승 요소
- 홈경기 희망: 2차전을 잡는다면 대전 홈 3·4차전에서 유리한 국면 예상
고 감독은 “노란 선수가 복귀하면 선수들이 안정감을 느낄 것”이라며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녀의 복귀는 단순한 수비 강화뿐 아니라 팀 분위기 전환에도 중대한 변수다.
3. 챔피언결정전 2차전, 승부의 분수령 될까?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역사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약 55.5%. 절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시리즈 흐름상 2차전에서 2-0으로 앞서면 상대팀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1-1이 된다면 정관장은 홈인 대전에서 두 경기를 이어갈 수 있어 시리즈 반전의 기회가 생긴다. 그러므로 2차전은 실질적인 ‘시리즈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 2차전 주요 변수
분위기 | 1차전 완승으로 안정적 | 패배 후 반등 절실 |
체력 | PO 없이 직행, 여유 있음 | PO 소화, 피로 누적 |
주요 변수 | 1차전 전략 유지 | 노란 복귀 여부 |
심리 | 우승까지 2승 남음, 자신감 상승 | 패배 시 탈락 위기, 압박감 |
4. 흥국생명의 강점, 정관장의 해법은?
▶ 흥국생명의 강점
- 다채로운 공격 루트: 김연경, 투트쿠, 정윤주가 번갈아가며 공격 주도
- 서브와 블로킹의 안정성: 이고은과 피치의 서브, 박수연의 블로킹 등 디테일 강점
- 벤치의 전략 운용 능력: 위기 상황에서 아본단자의 전술적 대처 능력
▶ 정관장의 해법
- 메가·부키리치의 파워 배구 극대화: 1차전에서 득점은 많았지만 결정력 부족
- 리시브 안정화: 1차전 리시브 붕괴로 공격 루트 차단, 노란의 복귀는 관건
- 초반 기세 싸움 주도: 초반 주도권을 잡아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핵심
정관장이 2차전 초반에 기선을 잡고 리시브 안정과 블로킹 라인의 결집을 보여줄 수 있다면, 시리즈의 흐름을 바꿀 여지는 충분하다.
5. 김연경의 라스트댄스는 계속될 수 있을까?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단순한 우승 싸움이 아니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마지막 챔프전이자 은퇴 투어의 피날레이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김연경은 팀 최다 16득점, 공격 성공률 60% 이상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여전한 클래스를 증명했다. 관중 5,821명의 환호 속에서 보여준 활약은 단순한 실력이 아닌, 리더십과 상징성까지 더해져 경기장을 휘어잡았다.
“김연경 외에는 다 바뀐 팀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우승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아본단자 감독
이 말은 단순한 과거의 반성이 아닌, 현재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선언이다. 김연경이 팀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그 여정은 이제 2차전에서 큰 갈림길을 맞이하게 된다.
전략의 흥국생명 vs 투혼의 정관장, 운명의 2차전
2025년 4월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두 팀 모두에게 운명을 가르는 경기다. 흥국생명은 ‘완성된 팀’으로서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우승을 향한 2승째를 노리고, 정관장은 ‘배수진’과 ‘투혼’을 앞세워 반전의 기회를 모색한다.
그리고 이 한가운데에는 김연경이라는 살아있는 전설이 서 있다. 그녀의 마지막 무대가 어떤 이야기로 마무리될지는, 바로 오늘 이 2차전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